[추니박의 인도 여행기]사막의 지중해 라자스탄의 파란도시 조드푸르⑬

기사입력 : 2020-05-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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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아츠 = 글 그림 추니박]
처음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조드푸르로 왔다. 리치를 떠나보내고 혼자 2등석 침대칸에 누워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오는 시간이 조금 고독했지만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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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푸르 메란가르 성, 종이에 펜, 2001 / 그림=추니박

나는 지금 조드푸르의 중심에 우뚝 솟은 메란가르 요새의 성곽에 앉아 아름다운 도시 풍경에 흠뻑 빠져있다. 설악산 울산 바위를 닮은 바위산 위에 길게 지어진 메란가르 요새는 그야말로 이곳이 얼마나 대단한 성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성의 견고함 못지않게 성안을 꾸민 장식들이 성주의 지위를 나타내기라도 하듯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자이푸르 암베르성의 장식에 비하면 정교함과 디자인이 많이 뒤떨어져 큰 감동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성위에 설치돼있는 각종 포대와 포문들은 그 당시 적들이 요새를 함락시키기 쉽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해 보였다.

이 요새의 성곽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말처럼 온통 파란색으로 칠해진 도시의 모습은 사막의 지중해를 보는 것 같다. 그야말로 파란색 집들이 도시 전체를 물들이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그중 어떤 지역은 파란색이 더 선명한 곳이 있는데 그곳은 브라맘 계급의 사람들이 밀집돼 있는 곳이라고 한다.

원래 조드푸르는 16세기에 세워진 도시인데 주로 브라맘 계급의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써 파란색을 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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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시티 조드푸르의 뒷골목, 종이에 연필과 수채, 2001 / 그림=추니박


시대가 지난 지금도 브라맘 계급의 사람들은 특히 자신들이 머무는 지역을 파란색으로 칠해 구역을 표시하다 보니 다른 곳 보다 색이 선명하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니 지금은 도시 정책상 성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건물 면은 의무적으로 파란색 페인트를 칠해야 한단다. 그래야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으니,,, 그 말을 듣고 보니 성에서 보이는 옥상 안쪽 반대 벽들은 다 파란색이 칠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걸어서 성으로 올라오는 골목도 벽, 담, 대문, 창 까지 온통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인상적이었는데 그것도 아마 법으로 정해진 이유인 것 같다. 내용이야 어떻든 우리처럼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도시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하고 행복하다.

지중해는 파란 바다와 하얀 집들이 낭만적 풍경을 만들고 여기는 파란 도시와 하얀 모래가 어우러져 사막의 지중해 풍경을 만드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눈을 감고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2001. 1. 6일 조드푸르 메란가르 성위에서

노을이 지는 시간,,,,

오랜만에 오르차의 성위에서 보던 석양다운 석양을 제대로 보기 위해 그 옛날 왕들이 식사를 하던 테라스를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으로 꾸민 멋진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발밑으로는 조드푸르의 파란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쪽으로는 도시를 지키는 요새 메란가르 포트가 우뚝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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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푸르 전경-메란가르 요새, 종이에 연필과 수채, 2001 / 그림=추니박

무엇보다 이집트 파르테논 신전의 배흘림기둥을 닮은 커다란 기둥이 받치고 선 이곳이 마음에 든다. 나는 그 기둥 사이로 석양을 볼 수 있는 실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알 수 없는 메뉴로 주문을 했다. 음식이 목적이 아니라, 왕이 느꼈던 것처럼 나도 이곳에서 석양을 보며 저녁을 먹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경험해 보고 싶었다.

새가 날고 온갖 다양한 꽃들이 만발한 정원,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 같은 정원에서 식사를 하는 기분을 혼자 느껴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나도 이런 정원을 가꾸고 가족들과 함께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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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지는 조드푸르의 궁전호텔 정원, 종이에 펜과 수채, 2001 / 그림=추니박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처음으로 돈들이고 밥 먹으니 해지는 거라도 실컷 구경하고 가야 본전 생각이 안 나겠지! 하는 마음에 맥주를 마시며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면서 노을을 즐기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정원 잔디밭 한가운데 놓인 작은 건물 너머 먼 산으로 지는 황금빛 노을에 넋을 놓고 있다.

사실 오르차에서 즐기던 노을을 다른 장소에서 목격하기가 싶지 않았다. 지평선이 있다고 해서 일몰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지런함과 또 환경과 시간이 적절히 맞아떨어져야 멋진 해 구경을 할 수 있다. 인생 또한 자신의 부지런함과 주변이 잘 조화가 돼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세상의 이치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하나의 진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때로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파괴시키고 무너뜨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크게 보면 환경의 조화가 자신과 잘 맞지 않아서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 삶은 때로 세상 앞에 무기력하고 비참해지기도 하니 어찌 한낮 먼지에 비유되는 자그마한 인간으로서 하늘이 만들어준 운명을 거스르겠는가!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나아가는 일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그저 이렇게 세상을 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 감사해하며 살자고 다짐해 본다.

황금빛으로 하늘을 칠해 둔 채 순식간에 해가 졌다.

나는 다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타르사막이 있는 자이살메르로 간다.

2001.1.6. 조드푸르 펠레스 호텔 레스토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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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니박의 인도 여행기] 글·그림 추니박(아티스트 박병춘)

담양 죽녹원 대나무 숲 스케치 / 영상=추니박 유튜브

추니박(박병춘)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을 비롯해 32회의 개인전과 200여회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00년부터 산수풍경시리즈를 시작하고 그동안 독특한 작품을 발표해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그는 2010년 중앙일보 주최 평론가가 뽑은 3040작가 10인에 선정되기도 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많은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추니아트’로 미술 애호과들과 소통 중이다.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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